김선일 UTA기술사업화전문가단장 "전문가 제외되는 시스템 문제…평가단이 결과까지 책임져야"

입력 2015-10-30 07:00  

Cover Story - UTA기술사업화전문가단

인터뷰 / 김선일 UTA기술사업화전문가단장

수치 위주로 평가하는 현 시스템, 연구 성과와 진척 정도 못 따져
선정부터 중간·사후관리까지 평가단이 맡는 시스템 구축 노력

UTA기술사업화전문가단, 학계·업계·금융 전문가로 구성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전략 조언

잘못된 국가R&D사업이 '좀비기업' 키우는 원인 되기도
제대로 평가해 경제발전에 기여



[ 이지수 기자 ]
김선일 UTA기술사업화전문가단장은 국가R&D(연구개발)사업 전문가다. 1994년 보건복지부가 발족한 ‘G7 의료공학 R&D사업’ 위원회 간사를 맡은 이후 20여년간 이 분야에 몸 담았다.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인 그는 “이번 전문가단장을 마지막으로 R&D사업 경험의 마침표를 찍겠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멋지게 성공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단장은 “국가 주도 R&D사업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비 선정 평가와 사후 관리를 지적했다. 그는 “가장 큰 폐해는 지나치게 객관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전문성이 떨어지는 정량적인 평가 및 사후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최근 서울 양재동 UTA기술사업화전문가단 사무실에서 김 단장을 만났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라고 하면 꽤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연구비 선정 평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연구과제에는 적지 않은 인력이 투입됩니다. 객관성을 강조하다 보면 평가위원을 뽑을 때 그 인력들과 잠재적인 이해관계자를 모두 배제하게 됩니다. 그런데 국내 평가위원의 풀(pool)이 굉장히 제한적이죠. 대학 동문, 합동 프로젝트 경험 등을 따지다 보면 걸리지 않는 사람이 드물어요.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평가에 나서지 못할 확률이 큰 거죠. 특히 대형 과제는 학연 지연 등을 따지다 보면 전문가들이 모두 제외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합니다.”

▷전문가들이 제외되면 어떻게 평가가 이뤄집니까.

“평가위원이 비전문가일수록 객관적인 수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에 지원되는 연구비의 경우 교수가 국제 저명학술지에 논문을 몇 편이나 실었는가가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는 거죠. 기업에 지원되는 사업은 그 과제의 혁신성과 실용성보다 회사 규모와 연구원 수 등이 주요 요소가 됩니다. 과제의 중요도와 가치를 정량적인 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중간평가와 사후관리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나요.

“맞습니다. 과제를 중간에 탈락시키거나 사후관리를 하려면 연구의 성과와 진척 정도 등을 따져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거죠. 연구?횡령 등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실패 판정을 내릴 근거가 부족한 겁니다. 사후에 결과가 불량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성실 실패’로 판정됩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입니까.

“평가위원들이 과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현재 UTA기술사업화전문가단이 그런 체계를 구축하기 인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과제 분야의 교수, 벤처기업 CEO 등으로 이뤄진 전문가단은 과제 선정부터 중간, 사후 관리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권한을 행사합니다. 연구원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들여다 보고 이상이 있으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거죠. 동시에 책임도 갖습니다. 과제 실패에 대해선 전문가단도 책임을 지는 구조입니다. 전문가단은 명예를 걸고 좋은 연구 결과를 이끌어 내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UTA기술사업화전문가단은 어떻게 구성합니까.

“우선 3가지 그룹으로 전문가를 나눴습니다. 제1그룹은 학계 전문가로 구성해 기술이나 제품화에 필요한 과제를 이론적 차원에서 조언합니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가이드하는 역할을 수행하죠. 제2그룹은 업계 경험이 풍부한 그룹으로 제조, 영업, 마케팅, 전략, 기획, 조직 등 사업화 과정에서 다양한 전략을 조언합니다. 제3그룹은 투자와 금융 분야의 전문가로 사업의 재무적 가치와 시장에서의 성장성 사업적 성공 방안 등에 대해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조언을 합니다. 이 외에 법률, 회계, 세무, 특허, 디자인, 생산, 물류 등 분야별 세부 전문가그룹을 외부 고문단으로 지정해 언제든지 자문에 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번 전문가단의 면면은 어떠한가요.

“학계에서 김희찬 서울대 의대 교수와 김인영 한양대 의대 교수를 모셨습니다. 김희찬 교수는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연구지원본부장입니다. 혈당 측정 신제품 개발과 관련해 기술적 조언을 합니다. 김인영 교수는 보청기 및 심전도 측정기와 관련해 기술 지원을 하고요. 업계 전문가들은 김진태 유투바이오 대표, 고석빈 알피니언 대표, 김영훈 IRM 사업개발 이사입니다. 김진태 대표가 이끄는 유투바이오는 병의원 검진용 솔루션 및 연계 서비스를 개발합니다. 지난해 매출이 2100억원입니다. 사업화 경험이 많죠. 고 대표는 자체 개발한 초음파진단기로 사업화에 성공했습니다. 김 이사는 사업전략 수립과 상품기획을 돕습니다. 금융권에서는 백승권 슈프리마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400억원 규모 벤처펀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벤처기업의 신제품 개발 투자에 대해 컨설팅합니다.

▷단장님은 의공학분야에서 어떤 활동을 했습니까.

“저는 1988년 한양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당시까지 의공학은 국내에서는 황무지와 같은 분야였습니다. 정부 연구비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의료기산업 자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입니다. 미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로 의대 학생들에게 컴퓨터 교육을 실시했죠. 한 사람에게 한 대씩 나눠줬습니다. 이 학생들과 함께 1993년에 국내 최초로 태아심음 감시장치를 개발했습니다. 국내 벤처기업에 기술 이전을 해서 지금도 1년에 2000대씩 생산합니다. 국내외로 판매되고 있죠. 1996년에는 국내 최초로 대학원 의용생체공학 협동과정을 신설했고 2000년에는 의대에 의공학교실을 개설했습니다. 2005년에는 서울에서 최초로 의공학 관련 학과인 생체공학과를 열었습니다.”

▷20년 가까이 국가R&D사업 분야에 종사했는데 시작은 어떻게 했나요.

“사실 어느 정도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있었던 기간만 20년입니다. 처음 관련 업무를 한 때부터 따지면 35년은 되죠. 1979년 정부가 서울대병원을 설립할 때 당시 세계은행 차관 2400만달러를 들여왔죠. 정부는 그 돈으로 GE 등 해외 기업을 통해 의료기기를 수입했어요. 그런데 한 달도 못 가서 오작동이 나기 시작한 겁니다. 그때 처음 이쪽에 발을 들여놨어요. 3년 동안 4급공무원 신분으로 서울대병원 의료기기운영과장을 맡았죠. 정부 소속 고가의료기기도입심의위원회 위원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 예산 지원 사업의 폐해를 많이 보게 됐죠. 평가하고 선정하는 사람들 중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최근 좀비기업이라고 불리는 부실기업들이 화두죠. 그런 좀비기업을 양산하는 원인 중 하나가 국가R&D사업입니다. 제대로 평가하고 관리하면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최근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국가연구비 집행 체계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법을 제시하겠습니다.”

■김선일 단장 약력

△1952년 서울 출생 △1976년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1978년 서울대 전기공학과 대학원 졸업 △1982년 서울대병원 의료기기운영팀장 △1987년 미국 드렉셀대 의공학박사 △1988년~ 한양?전기생체공학부 교수 △2005년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단 단장 △2014년 오송첨단의료기기복합단지 센터장 △2015년~ UTA기술사업화전문가단장

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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